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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하기 - 문법번역식 교수법

by 춘매 2024. 1. 16.


1. 개념

 

 이성주의 시대에 지배적으로 사용되었던 문법번역식 교수법은 그 명칭에서도 알 수 있는 바와 같이 문법 학습에 초점을 두고 교재 하나를 목표어에서 모국어로 그리고 모국어에서 목표어로 상호 번역하는 연습을 주로 하는 교수법이다.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목표는 규칙의 자세한 분석을 통해 정확한 문법을 학습하는 것이다. 이 교수법에서는 읽기•쓰기에 초점을 둔 번역 활동이 주된 수업이었기 때문에 말하기에는 큰 비중을 두지 않았다. 문법번역식 교수법은 수업 준비의 경제성과 용이성 등을 이유로 현재까지도 교사 중심의 커리큘럼으로 운용되는 교실에서 사용되고 있다. 

 

 

 


2. 이론적 배경 및 역사

 

2.1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등장
 19세기 후반 어휘 및 문법 암기, 내용 번역 등에 중점을 두고 라틴어를 가르쳤던 고전적 교수법(Classic Method)이 다른 외국어 학습으로 일반화되어 문법번역식 교수법(Grammar Translation Method)으로 알려졌다. 문법번역은 처음 독일학회에서 생겼으며 미국에서 처음으로 프러시아 방법이라는 이름으로 알려졌다(Richards 1986). 이 교수법은 19세기 독일의Plotz에 의해 체계화되었다.

 

2.2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등장 배경
 당시 서구 사회에서의 외국어 학습이란 라틴어나 희랍어의 학습을 뜻했다. 18세기까지 서양 사회를 지배하던 라틴어와 그리스어를 가르치던 방법이 현대 외국어 교육에 적용된 것이다. 
 언어의 규칙을 암송하고 언어의 체계를 익힘으로써 올바른 어법을 배우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였고 좋은 글을 접하면서 교양이 많은 사람들의 문법을 배움으로써 일반적인 교양을 습득할 수 있다고 보았다. 
 고전시대와 르네상스시기처럼 논리력을 키우기 위해 라틴어를 가르치던 시대에는 의사소통과 문법 교육을 모두 강조했으나 16세기경 유럽의 헤게모니가 영어와 불어로 넘어가고 라틴어는 의사소통 도구로 적극적으로 사용되지 않아 문법만 강조하게 되었다(박경자 외 2005).
 그러므로 학습 시에는 라틴어를 모국어로 번역한 내용을 크게 읽는 수준에서 말하기가 이루어졌을 뿐 주로 라틴어나 그리스어로 쓰인 고전 문학 등을 선택하여 상호 번역을 하는 수업을 하게 되었다. 수업은 제2언어를 모국어로 번역하는 데 기준이 되는 문법 규칙의 설명을 하는 데에 치중하였고 이러한 방식으로 19세기까지 수업이 진행되었다.

 

 

 


3. 수업 적용상의 특징과 장점

 

3.1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특징
(1) 교재와 수업방식
 문법번역식 수업 방식에서 교사는 학습자들에게 동의어로 구성된 어휘 목록을 제시하고 문법 규칙을 아주 상세하게 설명하였다. 이어 교재에 있는 내용을 하루에 2~3행씩 번역하고 몇 개씩 구를 분석하는 패러다임이 반복적으로 시행되었다. 다양한 문법적인 항목을 적용하는 특징에 대해 강조하였으나 언어에 대한 의미 있는 사용에 대해서는 전혀 강조하지 않았다.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테두리에서 수업은 전적으로 모국어로 진행되고 교재의 각 장은 상당한 분량의 이중 언어 어휘 목록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학습해야 할 많은 어휘들이 목록화 되어 모국어와 함께 제시된다. 이때 교재에서 나온 어휘뿐만 아니라 유의어•반의어도 함께 학습하도록 하였다. 그러나 어휘를 가르칠 때에는 맥락화시킬 필요 없이 고립형으로 제시되었다. 교사는 문법 규칙에 대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상세하게 가르쳤다. 다시 말하면, 문법 규칙을 연역적으로 제시하여 명시적으로 가르친 후에 번역 연습을 통해 심화 학습이 될 수 있도록 하였다.

(2) 학습의 주안점
 수업 시간의 대부분은 내용을 목표어와 모국어로 상호 번역하는 데에 할당되었다. 언어소통적 측면에서의 말하기의 기능이나 발음 교육에 대해서는 거의 고려하지 않았으며 번역된 문장들을 크게 소리내어 읽는 연습이 말하기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Prator & Celce-Murcia는 문법번역식 교수법의 특징을 다음과 같이 기술하였다. 
①수업은 주로 모국어로 진행된다.
②많은 어휘가 맥락 없이 고립된 형태로 지도된다.
③복잡한 문법을 길고 자세하게 설명한다.
④문법은 단어를 조합하는 규칙을 제공한다. 그리고 수업은 단어의 형식이나 굴절에 초점을 둔다.
⑤초기부터 어려운 고전의 글을 읽기 시작한다.
⑥교재로 사용되는 글의 내용에는 거의 관심을 두지 않으며 그 내용은 단순히 문법적인 분석의 연구 자료로 다뤄진다.
⑦가끔 사용되는 유일한 연습은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는 목표어로 된 개별 문장들을 모국어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⑧발음에 거의 또는 전혀 관심을 두지 않는다.
 정리하면 문법번역식 교수법은 학습자의 수준을 고려하지 않고 학습 초기부터 상당한 양의 어휘와 상세한 문법 설명이 따르는 번역 수업을 한다. 전적으로 모국어에 의존하여 수업을 하게 되며 초기 단계부터 어휘와 철자를 중시한 읽기와 쓰기를 강조하고 발음을 무시하며 규칙의 암기에 의한 문법을 교수한다는 것이 교수법의 가장 큰 특징이다. 

3.2 문법번역 교수법의 장점
①시간의 경제성을 들 수 있다. 문법 규칙을 목표어로 설명하거나 어휘를 목표어로만 묘사하는 것은 많은 시간을 필요로 하지만 문법번역식 교수법처럼 모국어로 번역하는 것은 어휘나 문법을 가장 쉽고 빠르게 설명하는 방법이 될 수 있다.
②수업 준비가 용이하다. 모국어로 교재를 설명하기 때문에 학습자들이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파악하기 쉽다. 교사가 외국어 실력에 능통하지 않더라도 수업을 할 수 있다.
③평가와 관련된 것으로 교사들에게 특별한 전문 기술을 요구하지 않기 때문에 쉽게 문제를 출제하고 채점할 수 있다. 

 

 

 


4. 수업 적용상의 단점 및 문제점 
①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의 환경에서 보통 어린 아이는 듣기, 말하기, 읽기, 쓰기 단계를 밟는다고 알려져 있따. 그러나 문법번역식 교수법은 학습 초기부터 어려운 교재들을 가지고 읽기부터 가르치기 때문에 자연스러운 언어 습득의 환경을 제공한다고 보기 어렵다.
②문법번역식 교수법에는 구어적인 것은 배제되었고 학문적 소양을 키우기 위한 것만 지도 되었다. 따라서 이미 의사소통 도구로서의 기능을 잃어버린 사어로서의 라틴어를 현대 언어 학습에 적용하려고 했기 때문에 말하기 기능이 결어되어 있다는 것도 중요한 문제점으로 거론된다. 
③목표어를 모국어로 번역하거나 혹은 모국어를 목표어로 번역할 때, 모국어와 목표어 사이의 미묘한 차이를 정확하게 번역하기란 불가능하다.
④텍스트 중심으로 수업을 하기 때문에 학습자들은 수업 내내 많은 문법 규칙 목록과 어휘를 암기하고 수사적 표현이 많은 문학적인 산문을 완벽하게 번역해야 하는 지루한 경험을 해야한다.
⑤패턴 연습을 할 기회를 제공하지 않는다.
⑥학습자들은 정답이 정해져 있는 상황에서 정답을 말해야 하기 때문에 학습자들의 창의력을 고취시킬 수 있는 활동들이 결여되어 있다.
⑦교사의 능력에 따라 수업 자료가 선택되었고 교재 또한 가르친 경험이 없는 학자에 의해서 작성 되었다. 

 

 

 


5. 적용 가능 영역
5.1 외국어로서의 한국어 교육
 현재 한국어 교육 기관과 같이 여러 언어권이 함께 어우러져 수업을 받는 환경에서 문법번역식 수업의 커리큘럼을 전적으로 따르는 것은 무리가 따른다. 그러나 해외에서 외국어로서 한국어 교육을 받는 학습자들을 대상으로 한 읽기 교육에서는 효용성이 있는 교수방법이 될 수 있다. Diane Larsen-Freemen(1986:13)이 Technique and Principles in Language Teaching에서 제시한 문법 번역식 수업 방식의 사례를 다음과 같이 적용하여 수업에 응용할 수 있다.

 

제시
(문학에서 발췌한 내용을 목표어에서 모국어로 1:1 번역)

내용 이해 문제 풀이
(특정한 정보 찾기, 푸론, 개인적 경험과의 관련성 등을 고려)

어휘 학습 I
(유의어와 반의어 찾기)

어휘 학습 II
(대조언어학 측면에서 언어 간 유사성과 차이점 학습)

목표 문법을 목표 언어로 연역적 설명
(문법의 규칙불규칙을 이해하고 새로운 예에 적용)